상담교사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몇 년 전, 초임 상담교사 시절 적어두었던 글을 우연히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지금 읽어보니 서툴고, 불안하고, 고민이 참 많았네요.
그때의 저는 상담교사라는 직업을 막 시작하며
"나는 어떤 상담교사가 되어야 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같은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질문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조금 알게 되었다는 것 정도일까요.
문득 초심을 떠올리게 되어,
그 시절의 글을 다시 꺼내봅니다.
교사, 특히 직업적 특수성을 가진 상담교사는 학생에게 어떤 존재여야 할까.
학부모에게는 어떤 입장이어야 할까.
내게는 아직도 '상담교사'라는 정체성이 완전히 익숙하지 않다.
아마 이런 정체성은 누군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고민하며 만들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부족한 사람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을 때면 고맙고,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한다.
저 아이의 고민이 지금의 내 고민과 크게 다를까?
인간의 고민에 크고 작음이 있을까?
상담자는 아이들보다 마음이 더 넓고,
더 많은 것을 알아서 상담을 하는 걸까?
나는 함부로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인 척하고 싶지 않다.
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누군가의 마음을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어설픈 조언과 충고를 늘어놓으며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고 싶지도 않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그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아본 사람이니까.
하지만 사람을 돕는 일의 무게를 알수록,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진다.
한때는 사람을 돕는 직업이라는 사실이 마냥 좋았다.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고 기대됐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
기대감보다 책임감이,
설렘보다 부담감이 더 크게 느껴질 때도 있다.
어쩌면 나는 아직도
상담교사라는 직업적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더 경험하고,
더 공부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중.
그리고 지금의 이런 고민은
어쩌면 당연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특히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도와주고 싶다"는 말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겉으로 보면 따뜻한 말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위험한 생각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도와주고 싶다.
→ 나는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다.
→ 나는 저 사람보다 더 많이 안다.
→ 나는 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흘러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상대보다 높은 자리에 서게 된다.
그러면 도움은 관계가 아니라
우월감이 된다.
반대로,
"나는 반드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라는 생각은
상담자인 나 자신을 짓누르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한 대사가 오래 남았다.
"인간을 갱생시키겠다는 의도가 너무 오만해."
그 말을 듣고 멈칫했다.
나는 정말 사람을 돕고 싶은 걸까.
아니면 나도 모르게
사람을 바꾸고 싶어 하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야 할까.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의 전제는
"나는 당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것.
다만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고,
그 나눔이 상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
나 역시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으니,
그것을 다시 흘려보내는 것.
그리고 상담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일방적으로 구해내는 일이 아니라,
서로가 자신의 삶의 일부를 내어주며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되고 싶은 상담교사는
누군가를 고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이다.
내가 더 나아서 돕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곁에 있어주는 사람.
어쩌면 상담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나는 종종 헷갈린다.
그래서 이 글은 답을 적기 위한 글이라기보다,
잊지 않기 위해 적는 글에 가깝다.
상담교사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안다.
답을 찾는 것보다
계속 고민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쉽게 확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계속 질문하는 상담교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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